1일 1 커밋.
도깨비젤리
·2021. 12. 27. 22:25
1일 1커밋을 시작한 이유
많은 선배 개발자들이 1일 1커밋을 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한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꾸준히 공부하기를 장려하며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나중에 취업할 때도 면접관들이 제일 먼저 보는 것이 깃헙 잔디밭이라며, 너의 스펙을 위해서라도 1일 1커밋은 귀중한 개발 자산이라고 말들도 덧붙여 나오곤 한다.
그 말에 감명 받은 나는 print('hello world!')를 주피터 노트북에 찍은 이래로 하루도 빠짐없이 잔디를 심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취뽀에 성공했고, 이제 공부를 막 시작하는 친구에게도 1일 1커밋의 효과를 강력히 어필했다.
이렇게 나의 1일 1커밋 여정은 탄탄대로일것만 같았다.
위기
취준생 시절에는 1일 1커밋이 어렵지 않았다. 남는게 시간이였고, 내가 공부한 것이 곧 커밋이 되었으니까.
그러나, 직장인 신분이 되니, 1일 1커밋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1일 1커밋의 주적
- 빠듯한 일정
- 회사 일에 치이다 보니 이전처럼 오롯히 내 공부만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기 어렵다
- 커밋으로 간주하기 애매한 공부들
-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는데, 이 내용을 그대로 타이핑해서 커밋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듬.
- 이 시점부터 "자기만족을 위한 커밋을 하고 있는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음
- 자유시간을 가지고 싶은 욕구
- 지갑 사정이 튼실해지자, 취준생 시절 하지 못했던 여가를 즐기고 싶어졌다. 요즘은 펜싱 (플뢰레) 클럽을 다니는데, 다녀오면 밤 10시가 훌쩍 넘는다. 결국 나는 풀빵이 되어 침대에 드러눕고 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끊을 수가 없다.
위와 같은 사유 때문에 1일 1커밋을 한동안 하지 않았다.
"아 그래도 커밋 너무 안했는데.."라고 생각할 때 쯤 프라이빗 레포에 대충 아무 파일이나 만들고 커밋하는 일과가 반복되자, 이건 진짜 아닌거 같다 라는 생각이 마구 솟아나기 시작했고,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말
1일 1커밋의 취지는 굉장히 좋다. 개발자로 하여금 학습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장치이자, 학습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습관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습관도 결국 개발 자체가 재미있는 환경에서야 건전하게 유지가 되는 것이지, 나와 같이 이에 속박 되어 버리면 원래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 깃허브 README도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작성할때만 해도 나는 이런 것들을 할 줄 알고, 즐길 수 있는 개발자 라는 마음으로 썼는데, 왜곡된 잔디밭 위에 올려진 README는 깃 빠진 공작처럼 나는 ~~ 한것들을 준비한 사람입니다 라는 추레한 자기 어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번 기회에 1일 1커밋의 방향과 README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일 1커밋은 적어도 내가 다른 공부와 병행하면서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것들로 채우고, README는 잡스러운 내용을 다 쳐내기도 했다. 1일 1커밋을 아예 관둘까도 생각을 했지만, 오늘 본 유튜브 영상에서 인상 깊은 말을 들었기에, 방향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bcmmc2rTBE
이 동영상을 보고 내게 1일 1커밋은 그저 열정이 아니였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에게 인정받고,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는 개발자가 되고자 꿈을 이루기 위한 시스템으로 1일 1커밋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이 상황에서 1일 1커밋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조금씩이라도 시스템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잡설이 길었는데, 그래서 당분간은 1일 1커밋은 알고리즘 문제로 채워볼 예정이다. 코테용 알고리즘이 아니라, 백준 브론즈 ~ 실버 수준의 문제를 하루 하나씩 풀어보며 그 동안 잊고 있었던 파이썬 감각도 살리며, 진짜 흔적이 남는 코드들을 다시 한번 새겨보려고 한다.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그때 더 좋은 1일 1커밋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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